일상/일상기록

8월의 일상

생즙 2018. 9. 1. 10:07

 

 

 일요일은 결혼 1주년이었다. 외부에 있는데 꽃배달이라며 전화가 왔다. 배달을 잘못 하신거 같다고 하니 내게 온게 맞다고 했다. 어리둥절 한 채로 꽃과 케잌을 받아 들고왔다. 얼떨떨한 날 보며 남편이 불쑥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그는 “결혼 할 때 어찌 되었든 커플링만 받았잖아. 귀걸이는 못하니깐 목걸이를 꼭 선물하고 싶었어.”라며 회사 직원들과 백화점 점원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골랐다며 수줍게 웃었다. 어쩜 말을 이렇게 이쁘게하는지.. 순간 감정이 차올라서 밖인데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또 눈물이 났다.

 

 

 

 

 

 

 

 


 어쨌든 일년간 우리가 잘 지낸 기념으로 같이 쇼핑도 하고, 플스가 갖고 싶다는 그를 위해 매장을 갔다. 유명한 쉐프가 한다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엔 그를 졸라 레고를 샀다. 얼른 조립해서 장식장 위에 올려놓을 생각을 하니 또 신이나서 이야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오늘은 결혼기념일이라는 특별한 날이지만 매일매일이 기념일 같이 느껴지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 순간 아, 나 진짜 사랑 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내년 이맘때도 행복하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한다.

 

 

 

 

 


 양가 부모님과 식사를 했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함께 식사 자리하는게 어떤지 양가 부모님들께 제안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하셔서 한식집을 예약했다. 결혼식 후 거의 1년만에 다같이 식사하는 자리였는데, 딱딱했던 상견례 때와는 다르게 결혼 이후인 이제는 부모님들도 우리도 편하게 웃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기특하게도 남편이 중간에서 대화가 끊기거나 어색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줘서 더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그가 반짝반짝 빛나게 보일 정도였다.

 

 

 식사 중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특히 네 분 모두 우리가 사이좋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며 내년에도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시부모님이 나를 아껴주시는 모습을 엄마 아빠께 직접 보여드릴 수 있어서, 그리고 시부모님께도 우리 부모님이 남편을 아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시부모님께선 내가 들어오고 집에 좋은 일들이 계속 생긴다며 고맙다고까지 말씀해주셨는데 나를 이렇게까지 좋게 봐주시는게 너무 감사했다.

 

 

 

 


사무실 자리를 정리했고, 인수인계를 하고 나왔다. 그동안의 업무로 다양한 소스와 환경을 접하며 경험치는 두둑하게 쌓았으므로 미련이 남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본사에서 택시를 타고 프로젝트 장소로 이동하면서 차곡차곡 쌓았던 경력을 잘 활용해서 적절한 Output을 내고 새로운 경험치를 쌓고 싶다는 생각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곧 도착해서 담당 및 협력업체 분들과 인사를 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회의에 참석하면서 회사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현직장에서의 3막 개발팀 생활. 앞으로는 또 떠돌이처럼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이 번에 일하는 곳은 집에서 편도 2시간 거리에 있는 고즈넉한 동네로 올 내년 봄까지 근무하게 되었다.

 

 

 PM님이 고객사에 소개한 내 Role은 메인개발자였다. 메인으로 기능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유지보수가 주된 업무였던 경력과는 업무가 많이 달라서 걱정이 많은데 메인개발자라는 타이틀이 달리니 마음이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꽉 찬 상태였는데 처음 새로운 내 일터에 도착했을 때 분주한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은 편안함이 들었다. 마치 여행 중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업무의 성격이 달라져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직까지는 새로운 일을 하고 PM님과 모든 회의에 들어가고 이야기를 하는게 즐겁다. 되도록 많이 배우고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의 연속 중에 있다.

 

 

 다만, 요즘 맡은 주된 업무는 PM님의 사이트들 안정화와 주기능 연동모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인데, 유지보수 업무는 꽤 해왔으니 사이트 안정화는 껌이겠거니 했으나.. 업무 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하다보니 의외로 녹록치 않고, 기간 내 당장 개발은 해야하니 잠자는 시간동안에도 계속 어떻게 개발해야 하나 라는 고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1년 중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8월. 8월도 이렇게 잘 보냈다. 발령과 함께 삶의 패턴이 바뀌었지만 틈틈이 맛있는 음식들 잘 먹고, 저녁에는 집 근처 스몰비어집이나 이자카야에서 남편과 맥주 한 잔씩 마시고, 사랑하는 봉구도 만난 한편으론 시간을 쪼개서 자격증 시험도 봤다. 이제 다가오는 9월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