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6월만 잘 버텨보자 했더니

생즙 2018. 7. 8. 09:39

 

 

 

 

 

 7월이다. 그동안 같은 파트 김과장님은 결혼을 하셨고 강대리님은 2주라는 긴 휴가를 다녀오셨다. 나는 20년지기 친구들과 짧고 굵은 여행을 다녀왔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으며 회사에서는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시댁행사가 있어 주말에 서울을 다녀왔고, 교회 모임도 정리를 했다. 다만, 일을 삶에 투영하지 말자고 그리고 쓸데없는 야근은 되도록 하지 말자고 그렇게나 되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야근이 일상이 되고 말았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점심시간도 반납하는 날이 여러날이었고 퇴근 후 쓰러지듯 자고 일어나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하루하루 지낼 수 있었던 건 도움의 손길을 내주는 박과장님을 비롯한 최근 부쩍 친해진 파트원들 덕분이다. 회사라는 환경에서 마음 둘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건 특히 감사한 일이다. 

 

 

 

 

 

 야근 덕분에 삶의 질은 낮아졌지만 혼술의 줄거움과 빈도수는 분명 높았던 한달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오는 날엔 스트레스가 해소가 되지 않아서였는지 6월은 특히나 근처 고기 집이나 스몰비어 집에서 소주나 맥주를 마시고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덕분에 약간의 뱃살은 얻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마시는 술이라니 마음만은 후련해져 또 다음날 열심히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나보다 남편은 더 타이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략 계산해보니 평일이 얼굴 마주보는 시간이라곤 평균 2시간 정도다. 금요일엔 회식이라 밤 12시가 넘어서 오는 날이 많고, 주말엔 거의 언제나 학회와 업무 미팅이 있다보니 같이 살고 있음에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어 가끔은 이런 상황이 좀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생활 속에서 그에 대한 존경심 같은 감정들이 계속 커지는 것을 느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평하는 나와 달리 그는 절대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가 일하면서 느꼈던 속상한 기분을 거의 내색하지 않는다. 자신과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이자 열심히 살 수 있게 해주는 자극으로 다가온다. 사소하지만 정해진 출근 시간이나 미팅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나 늘 열정적으로 자기가 개발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모습이나 통해서  그만큼 나도 그의 좋은 모습을 닮아가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겠지.

 

 

 내게 그가 그런 존재이듯이 나도 알수록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오랜 친구 S양이 내가 결혼했던 식장에서 결혼을 한다며 연락이 왔다. 덕분에 오랜만에 함께 수능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정말 간만에 모인만큼 여러 이야기들을 했고, 마지막엔 교보문고에서 산 작은 편지지에 서로를 축복해주는 간단한 메시지를 썼다. 학생일 때는 친구간에 이런 쪽지들 정말 많이 주고 받았었지만.. 더이상 학생이 아닌 지금은 적는것도 받는것도 좀 쑥쓰러웠다ㅎ

 

 

 

 

 

 

 다른 날엔 회사 동기였던 공양을 만나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동안의 근황을 나누면서 그녀는 그동안 회사에서는 개인 기술력이 늘 중요했고 인사고과에서도 큰 영향을 미쳤던 반면 이직한 회사에서는 기술력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직을 하면서 업무량은 좀 나아졌으나 업무 외의 것들이 많아져 결국 회사 생활은 연속된다는 결론이었다. 집에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카페거리에서 내려 쭉 걸어왔는데 길에 사람들도 없고 해가 지는 시간대라서 다리 위로 햇빛이 예쁘게 내리 쬐었는데 새로운 세상에 떨궈진 기분이었다.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지만 가장 오래 알고 친한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의 해외 여행은 처음이라서 혹여나 싸우거나 내가 기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라는 염려가 많았는데, 정말 재밌고 좋은 기억 뿐이다. 음식도 코스도 사람도 풍경도 좋았던 그러니깐 모든것이 재미있었고 좋았던 여행이었다.

 

 

 

 이렇게 6월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