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에서/리마 여행일지

페루여행 리마의 칠까 소풍 - [ Chilca en Lima ]

생즙 2011. 3. 27. 03:38

출근을 시작한 이후로 기관 선생님인 델리아, 글로리아, 유디 선생님 세 분이서 칠까로 놀러가자고 계속 이야기를 해왔었다. 그리고 어제 3월 마지막주 금요일날 함께 칠까라는 곳에 가자며 함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제 학교에 가니 선생님들이 모두들 피곤에 쩔어있던 상태였다.ㅋ 그래서 다들 흥분해서 소풍을 갈 것인가 말것인가 토론을 하다가 결국 안 가는 걸로 하고 담주 토요일날 보기로 했는데, 갑자기 글로리아가 옷과 신발, 비누를 챙기더니 둘이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글로리아와 둘이서 칠까에 가게 됐다.






칠까는 처음 들어보는 동네였고, 계속 선생님들이 피부색깔이 까맣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축제도 많이 한다고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이 곳은 진흙으로 팩을 하고 진흙에서 고여나온 물에서 둥둥 떠다니며 흙을 씻어내는- 해변과 사막의 중간인 그런 곳인 거 같았다. 일단 구글지도로 검색을 해보니 40분정도 걸리고, 판 아메리카 길을타고 죽 내려가면 나오는 곳이라는 것 정도를 알 수 있었고, 그냥 이 정도 마음가짐으로 뭣도 모르고 준비없이 몸만 달랑갔다.
 

 

 




그리고, 이와중에 델리아는 나의 무사 귀환을 위해 함께 사진을 찍자며 출발 전 설레는 맘으로 사진도 찍었다. 원래는 델리아가 주도한 모임인데 델리아는 눈이 축 내려와있었고, 유디는 가정이 있는 몸이라 움직이기가 힘들었나보다. 갑자기 글로리아와 단 둘이서 긴 여행을 한다는게 무섭기도 했고, 사실 사진을 찍을 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글로리아와 길에서만 보던 완전 거대한 버스를 함께 탔다. 다른 지역을 갈 때만 타는 버스인 줄 알았는데 리마가 워낙 큰 도시라 그런지 리마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여행엔 이런 버스를 타나보다. 버스를 타니 정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려서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정말 페루의 시골 기차를 탄 것처럼 내부는 시끌벅적했다.ㅋ "젊은이. 창문 좀 닫아줘요." 라고 말하는 할머니부터 내 옆에 함께 앉은 아저씨는 갑자기 윗통을 벗더니 배를 긁으면서 주무셨다. 그리고 오랜만에 페루 특유의 냄새가 다시 났다.







그리고 버스에는 이렇게 과자와 음료수들을 파는 판매자분들도 계셨다. 요즘엔 바나나를 말린 치플레와 고구마를 튀긴 가모떼프리또(?) 여기에 맛이 들어서 자꾸 군것질을 하는 판에 완전 신나서 당장 사서 글로리아와 나눠먹었다. 그리고 차에는 뒷문이 있어서 이렇게 물건 파시는 분들은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셨다. ㅇㅁㅇ

 

 

 



톨게이트를 지나고 칠까까지 가는데는 6솔(2400원)을 내야했다. 버스를 타기전 글로리아는 내내 운전 기사 아저씨, 차장 아줌마와 가격흥정을 했고, 외국인인걸 보더니 이번에도 예외없이 어디서 왔느냐, 일본인이냐 영어 쓸 줄 아냐 등등 뜬금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좋게 말하면 페루의 오지랍은 친근감있다. 난 나름 동방예의지국이라 하는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아직도 이런 지대한 관심엔 익숙하지가 못해서 그냥 쑥쓰럽게 대답하곤 한다 ㅠㅠ






역시 지도에 나와있던 것처럼 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가도가도 황량한 산 산 산. 처음엔 그렇게 신기했던 풍경이 이제는 페루 그 자체구나 라는 걸 알았다. 정말 어딜가든 이런 황량한 풍경이 등장한다. 이렇게 40분 정도를 달렸고 다 똑같아보이는 풍경임에도 글로리아는 여기서 세워달라며 "내려주세요(Baja)" 를 외쳤다. 그리고 같이 내렸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내려서도 뭔가 황량했다.

 

 

 

 

사람도 별로 없었고 정말 조용했고, 하지만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 프리즌 브레이크 이런 미드에서 몰래 뭐 거래하는 그런 배경들? ㅋ 먼지가 폴폴 날리고 아무것도 없고 사람도 별로 없는 이 곳이 정말 선생님들이 그토록 말하던 칠까가 맞는건가, 했는데 저 멀리 웅장한 산과 물이 보였다. 금요일이라 그런건지 사람들도 별로 아니 정말 없었고, 수영복을 두고 와서 그냥 즉석에서 싸게 하나 사서 글로리아와 들어갔다. 옷을 갈아 입는 곳도 그냥 나무 판자로 막 세워둔 그런 나무 건물이었다.ㅋ 그래서 각자 글로리아와 옷을 갈아입고 물놀이를 하러 갔다. 물놀이 요금은 2솔(800원) 이었다.



머드팩, 진흙때문인지 물 색깔이 완전 초록색이었다. 그리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있어서 너무 예뻤다. 일단 글로리아와 진흙속으로 쑥 들어가서 몸 전체에다가 착착 발랐는데 진흙이 부드러워서 바르는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가을이 오는 중이라 그런지 햇빛이 많이 강하지도 않아서 더 편했던 것 같다. ^^ 그리고 글로리아와 물 속으로 입수를 했는데 물이 정말 따뜻했다. 둘이서 물 속을 둥둥 떠다니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글로리아는 내가 이 곳 학교 이외에도 다른 활동을 하고 있을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면 그때그때 선생님을 뽑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내 기관에서는 선생님들이 보통 10년 이상 있으신 분들이었다.




델리아도 그랬지만 글로리아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여기선 능력있고 뭐 똑똑한 여자들은 결혼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건지 이전 마마 집에 살 때도 능력있고 예쁘던 두 딸들도 혼기가 지났는데도 각자 변호사로써 자기 커리어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그냥 혼자서 살았었는데, 음 왠지 모르겠는데 마음이 씁쓸했다.



점점 어두워질 때 글로리아와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돌아왔다. 글로리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느꼇던건 정말 뭘 하기 위해선 언어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구나 라는 거였다. 에휴.
다음 주 토요일에는 델리아, 글로리아와 파차까막에 가기로 했다. 이전에 미라부스를 타고 주옥언니와 가기도 했지만, 현지 분들하고만 놀러가는 건 첨이라 이번엔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도시락도 싸고 무슨 얘기할지도 생각해보고. 어쨌든 간만의 여행이라 좋았고, 리마에 살다보니 가볼 곳도 많고 볼 것도 알아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ㅋㅋ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마지막에 글로리아가 왜 하필 멀고 먼 페루로 왔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가장 멀리 있는 페루라는 나라가 궁금하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고, 잉카문명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왔다고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페루에 오기까지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나라를 선택하기 하루 전까지도 어느 나라를 선택할지 몰라서 내내 고심하고 고민하고 밤 늦게까지 생각하고 자룓도 찾아보고 했었다. 처음엔 내내 중동지방에 가고 싶어서 이집트 TO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방향이 바뀔수도 있구나 싶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우연적인 일들 어떤 선택들은 이렇게나 살아가는 방식 살아가는 방법과 방향 자체를 바꿔 놓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