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왔을 때도 느낀거지만 리마의 하늘은 정말 묘하다.
평소에는 구름이 많고 늘 흐린 회색빛깔임에도 불구하고 해가 질 때 쯤이면
정신없이 하늘만 쳐다보게 될 때가 참 많다.
한동안, 정말 안 좋은 일들에 많이 부닥쳤다.
한 번은 건강때문에 리마로 요양온 동기 이껠 오빠와 함께 유숙소에서 밥을 먹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유숙소 앞에 잔뜩 몰려있고, 경찰들도 몽땅 대기하고 있고,
영화에서만 보던 것처럼 접근금지 띠를 두르고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 무슨 일인지 여쭤봤더니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처음엔 오빠랑 그냥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사람들 사이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건너편에서 차가 오면서 헤드라이터가 비춰졌는데 정말 2미터 전방이었나.
세상에. 건너편 차 속에 사람이 총을 맞아서 죽어있는게 보였다.
정말 영화에서처럼. 머리에 총 맞고 피 흘리고 근육들이 다 축축 늘어져있고. ㅠ
오빠는 직업이 의사라 죽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많이 충격받아하셨다. 게다가 더 끔찍했던건 사고 시간이 오빠와 밥을 먹으러
길을 걷던 시간과 일치했다는거였다. 집에 와서 뉴스를 찾아봤는데 사고 시간엔
길에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는데.. 정말 소름ㅇ ㅣ끼쳤고.
죽은 사람을 본 건 처음이어서 약 4일간 많이 괴로웠다.
악몽도 꾸고, 예전에 교통과에서 아빠가 일하실 때 많이 괴로워하셨던게 이해가갔다.
그리고, 그 이후에 집 앞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총기강도가 들이닥쳤다.
그래서 리마 선배단원들이 내 걱정을 참 많이 했었다 ㅠ
나는 정말 안전하고 조용한 동네에 살고 있는 편인데도.. 확실히 한국과는 좀 다르다.
그리고 지진도 났었다. 방에 있는데 창문이 떨리고 거울이 떨어지려 그러고
장롱이 흔들리고 너무 놀라서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는데,
다행히 금방 멈췄고 알고 보니 5도 지진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제도 지진이 났다 -_- 밤에 너무 놀라서 불을 다 키고,
이게 지진인지 착각인지 고민을 했는데, 오늘 ㅈㅎ 언니가 간밤에 지진 느꼈냐고 물어봐서
깨달았다. ㅠㅠ 정말 요 며칠간은 무서움이 엄습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무서운데 공감할 수 잇는 사람이 없다는 게 조금은 고독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분명 필요한거고, 혼자만 이런건 아닐테니깐 지금의 내 상태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건 아니고,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인정하는 거다.
할배 말씀대로 내 마음에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엔 현지 교회를 다니고 있다. 다행히 리마에는 Emmanuel Iglesia Biblica라는
리마의 현지교회가 있다. 오전에는 한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 중간 시간은
그 동안 각자 활동에서 바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혼자서 카페에 가서 그동안 밀린 공부를 하다가 오후에 맞춰 현지 교회에간다.
믿음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오전 한인 교회는 주일성수를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후 현지 교회는 말씀을 또다른 언어로 듣는다는게 굉장히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페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말씀이 전달되는지. 말이 너무 빨라서 전부 다 이해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이 시간은 정말 내가 재충전 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뿐만 아니라, 일을 시작하면서 정말 이젠 한국말을 쓸 일이 없어져버렸다.
근무하고 돌아오면 정신없이 잠만 자고, 정신없이 빠른 스페인어 사이에서
외국인으로 홀로 산다는게 고독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만큼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교만하거나 보잘것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도 되고
하나님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 지는 것 같다.
신을 믿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집 근처에는 마트가 있다. 신기하게도 마트 안에는 빵집이 있는데.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참 싸다. 그리고 맛있다.
엄마는 나를 항상 빵순이라고 불렀는데.... 정말 내 얼굴은 빵처럼 변했다 ㅠㅠ
정말 페루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맛있고 신선한 빵이 가득가득 하다는거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가면 제빵사 자격증을 따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빵굽는 작은 카페를 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겻다. ^^
나이 들어서는 정말 유유자적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용하고 즐겁게 살고싶다.
어쟀든, 요즘엔 빵 냄새 맡고 빵 구경하는게 너무 좋아서 틈틈이
빵은 안 사더라도 마트로 산책을 나가곤 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빵 생각이 제일 많이 날 거 같다 .
그리고, 나는 참 많이 탔다. -_-
이 곳은 참 덥고 뜨겁다 ㅠ 삐우라나 뚬베스와는 비교도 안되는 더위라니...
나는 내가 리마 단원이라는 게 정말 여러모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삐우라 단원인 이껠오빠가 돌아가기 전에 같이 싼도르네 집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
집 앞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
리마에서는 맘만 먹으면 바다에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 ^^
요즘엔 안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다.
15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