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2020년 결산

생즙 2021. 1. 28. 22:39

2020년. 열심히 살아낸 나를 칭찬하며 결산 시작. 

 

 

올해의 사건


 

우리 부부의 가장 큰 사건이자 성과는 우리 집 마련이다. 올해 상반기는 이사를 위한 준비 기간으로 보냈다면, 하반기는 그와 내게 행복감을 주는 것들로 우리 집을 채워가며 보냈다. 집에 들어갈 물건들 뿐만 아니라 각 공간의 컨셉과 조명에 대해 상의하고, 우리가 그렸던데로 완성되어가는 공간 속에서 퇴근 후 밤마다 함께 택배 상자를 뜯고 정리를 하며 행복감에 킥킥 대고 웃었다.



결혼식 이후로 이렇게나 많은 선택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집을 선택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오롯이 우리의 취향과 생각만으로 집을 꾸미는 것도 꽤 큰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예를 들어, 도배를 하기로 결정하고 하우스텝에 가서 직접 색상부터 브랜드를 선택하고 집에 들일 쇼파와 티비 받침대는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등 새로 들이는 가구들과 가전의 색상과 디자인을 정하는 것들이 다 모두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녹록치 않았지만 그 과정도 결과물도 참 행복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재택을 하는 날이 많았다. 처음 집을 선택할 때 둘이 살 집에 너무 큰 평수로 온 것은 아닐까 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감사하게도 큰 집으로 이사 온 덕분에 하루종일 그리고 며칠동안 집에 있어도 답답하지가 않았다. 정말 감사하다. 

 

 

올해의 나들이 



6개월을 여행하듯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그런 삶을 꿈꾼다. 그런 삶을 만들 수 있도록 당신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싶다. 당신에게 위로를 주고, 당신에게 바람을 넣어주고 싶다. -식스먼스오픈 

 

작년에 야심차게 계획했던 우리의 로마 여행 계획은 코로나로 인해 취소가 되었다. 기대했던 여행이 무산이 되어 아쉬웠었는데, 의외로 일상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왜 아직도 여행하는 느낌으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지 그에게 물어보니 연고지가 바뀌어서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참 아무 연고 없는 동네에 덜컥 집을 사고, 터를 잡았다.

 



낯선 기분으로 출근을 할 때면 항상 예전의 브라질 여행 때가 생각이 난다. 출근 시간대였는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바쁘게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있었고, 여행자 신분이자 당시 백수 진 이었던 나는 그렇게 바쁘게 갈 곳이 없어 여행중임에도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그들이 부럽게 느껴졌었다. 그 기억이 너무 진해서 한 장의 사진처럼 이미지로 남아있는데, 현재 대중교통으로 집에서 회사까지 Door to Door로 40분 정도 걸리는데도 아직은 풍경이 낯설어서 그런지 출근하는 중에 종종 그때 생각이 난다. 

 

 

올해의 나는 

 



감사한 일이 많았지만 작년 가을 즈음부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꽤 오랫동안 시도 때도 없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면 안된다고 스스로 용을 써도 파도처럼 몰려오는 우울감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다 내려 놓을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야 어찌되었든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고 제작년부터 어쩐지 모임이 너무 많았다. 내 안에 있는 에너지가 자꾸 텅텅 비어가는 것 같았다. 그냥 다 뒤로 하고 그저 쉬고 싶었다. 정말 낯선 감정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요즘 깊은 무력감에서 이제 조금씩 벗어나는 중에 있다. 

 



평가가 기간에는 팀장님과 나의 선임인 멘토와 면담을 했다. 팀장님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겠다는 독려와 앞으로 내 커리어를 위해 내가 더 채워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나도 역시 팀장 자리에 오를테니 언제나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너무 구구절절하게 맞는 이야기라 스스로가 창피하고 죄송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감사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비롯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복잡한 생각이 정리가 되고 회오리처럼 뒤엉켰던 여러 감정들이 가라앉으면서 단단해진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올해의 물건 

 



참 충실하게 많은 걸 사들였다. 하하. 소소하게는 이어폰을 새로 샀다.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이어폰을 잃어버렸고 그간 이어폰 없이 지내다가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Sudio 제품을 구매했다. Sudio는 스웨덴에서 직접 수공예로 이어폰을 만든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유럽의 감성은 알수록 꽤 아날로그적인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저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제품도 음질이 정말 좋고 귀가 편하다. 

 



그리고, 스타벅스 굿즈. 이사 오고 나서는 빈도수가 확 줄었지만 커피를 워낙 좋아했던 우리 부부에게 프리퀀시 채우는건 정말 쉬운 일이었다. 여름에 받은 캠핑 의자로 베란다에 세팅하고 가끔 그와 캠핑 기분을 내거나 혼자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내고 멍 때리기도 했다. 욕심을 좀 더 내서 티테이블도 하나 더 놔야하나 고민이 된다. 겨울에는 이번에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았다. 다이어리를 받고 곧 해가 바뀌는구나 싶어서 설렜다. 



가전으로는 식기세척기가 1등이다. 그릇을 많이 꺼내도 부담이 없어서 우리 부부의 저녁 식탁이 꽤 화려해졌다. 레시피와 사진을 좀 기록하고 싶은데 올해는 부지런하지 못해서 사진만 찍었다. 



열심히 그와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