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20200614

생즙 2020. 6. 14. 21:48

여름이다. 마스크 때문인지 올해는 유독 계절이 바뀌어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네.


일단 근황 정리. 남편의 이직까지 완료되고 우리는 워라벨이 지켜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퇴근 후 함께 장을 보고 식사를 하고 티타임을 갖는다. 혹은 산책을 하거나 늦은 밤 사람이 없는 빈 공터에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며 자전거를 타곤 했다. 너무 피곤한 날은 간단히 외식을 하고 일찍 귀가해서 함께 침대에 널부러져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근사한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왔다.


2/4분기는 새로운 업무를 많이 접했는데 아직도 경력이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모르는 것도 많고 경험이 적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의 무지함에 맞닥드렸을때의 그 당혹감과 아픔이란.. 그래서 출퇴근 시간마다 매일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용어를 외우고 배우려하지만 아직도 부족한게 너무 많다. 그런 와중에 최근 [뿌리가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라는 책을 읽었는데 가슴에 와닿는 문구가 굉장히 많았다. 그 중에 꼭 기억하고 싶은 문구라 기록. 이렇게 나는 앞으로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질거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아는 것만 계속해 사용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무지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 내용 중-


스스로를 책임 진다는 것. 이제 곧 결혼 3년차다. 결혼때도 그랬지만 그 이후도 양가의 도움과 간섭이 없는 온전하게 우리가 감당하는 삶을 벌써 이만큼 살아왔다. 우리 둘만의 소득만으로는 당장 우리가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살았던 환경의 집값을 충당할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더이상 어느 쪽 부모님 모두 우리에게 간섭 한 마디 없으시고 우리는 서로를 끌어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사이 좋은 연인이자 한 팀으로 오롯이 스스로를 책임지며 사랑하고 열심히 살았다.


남편의 이직으로 지금 지내고 있는 동네에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정은 들었지만 어짜피 서울에 살았던 우리 둘다 연고가 없는 지역이었으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이사를 가는게 어떨까? 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는 지도를 피고 현재 그의 직장과 나의 직장 위치를 따져 몇 개의 지역을 추렸고 각자 원하는 조건을 추렸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우리는 이사를 염두에 두고 일년간 여러 지역과 모델하우스 등을 두루두루 다녔고 맘에 드는 지역은 부동산 상담도 많이 해와서 지역을 추리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지금 사는 것처럼 쇼파와 티비 간의 거리가 충분히 넓어야한다고 했고, 펜트리 룸이 별도로 분이 된 곳을 원했다. 더불어 거실이나 방에서 바라보는 뷰가 근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그에 반해 나는 창문에 나무가 걸린 뷰를 원했고 주방과 베란다가 마주보고 있는 판상형에 요리 바가 아주 긴 부엌을 원했다. 그리고 남동향보다는 남서향집에 체광이 좋은집. 지하 주차장이 있어 주차하기가 편해야하고 비록 우린 아이는 없지만 주변에 초중고가 넉넉하게 있어야한다는 점 등 다 쓰지는 못했지만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집을 찾기 위해 우리끼리 정말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우리는 운명처럼 그런 집을 찾았다. 어쩌면 평생 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 둘 마음에 쏙 드는 곳이다. 동네를 정하고 집을 정한 이후도 역시 모든 단계 단계가 미션에 임하는 것 같다. 이사까진 좀 시간이 남았지만 우리 결혼 생활의 새로운 2막을 맞이하는 과정에 있어서 이 모든게 다 정리되고 이사가 끝나고 집에 우리 둘만 남았을 때 울컥하고 부둥켜 안고 울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시기에 배움과 함께 비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살던 집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는 쇼파와 식탁 그리고 일부 책들을 팔았고, 부동산에서 한동안 새로운 세입자 후보자들이 집을 보러 왔었다. 모두들 집을 예쁘게 꾸미고 깨끗하게 사용했다며 칭찬일색이었다. 중고로 팔기위해 올린 물건도 올리는 족족 바로 팔렸고 실물도 깨끗하다는 칭찬은 덤이었는데 새로운 삶이 다가온다는 기대감과 과거를 잘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일상여행. 우리는 이렇게 삶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미션을 하나씩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