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기록

20171227

생즙 2017. 12. 27. 23:34

 

 

 

 

 아슬아슬한 한 달이었다.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마지막 의식인마냥 매일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특히 푹 빠진 L맥주는 맛이 깊고 구수하다. 다만 처음엔 한 캔만으로도 적당히 기분 좋게 알딸딸해졌는데 매일 마시다보니 점점 적응이 되서 이제는 홀로 소맥을 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는 걸 남편이 알게 되면 걱정하게 될 것이 당연했다.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항상 그가 퇴근하기 전에 마시고 분리수거 통에 감춰뒀는데 ,냉장고에 있던 맥주 개수 때문에 완전 범죄에 실패하고 말았다.

 

 

 

 

 

 

 

 

 금요일도 마찬가지였다. 퇴근 후 혼자 반주로 소맥을 한 잔 하고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왔어?" 하고 마중을 나갔는데 그가 꽃다발을 내밀었다. 갑자기 웬 꽃이냐고 하니 "오늘 아무 날 아닌데, 요즘 좀 힘들어 보여서.." 라며 오늘은 평범한 날이지만 나는 언제나 특별한 사람이라며 꽃을 안겨줬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둑뚝 떨어졌다. 

 

 

 나도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나는 그동안 요리가 제법 늘었다. 평일엔 그와 함께 식사 할 시간이 아침 뿐이라 주먹밥만 하지만 주말에 내가 식사를 준비할 때면 부쩍 요리에 재미가 붙어 국까지 끓이고 있다. 여세를 몰아서 11월까지는 꾸준하게 집들이를 했다. 함께 식사 할 사람을 위해서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이 여유롭고 즐겁다.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서 거창하진 않지만 손수 직접 요리를 해서 대접했다. 그동안 열심히 가꿨던 집을 보일 수 있어서 좋았고, 오랜 지인들을 위해 내 집에 초대하여 밥을 한건데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고 즐거웠다.

 

 

 

 

 

 

아, 그리고 친구들이 고맙게도 도자기 그릇을 선물해줬다. 뜬금없이 택배가 와서 봤더니 오랫동안 갖고 싶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눈독만 들이던 도자기였다. 깜짝 놀라서 친구에게 전화 했더니, 혼자 청승맞게 대충대충 밥먹지 말고 이쁜 그르에 밥 잘 챙겨 먹으라고 하는데 너무 고맙고 황송하기까지 해서 그릇 선물 받은 후로는 혼자 밥 먹더라도 예쁘게 담아서 먹고 있다. 나를 좀 더 소중히하고 가꾸는 기분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결혼 후 100일 이었다. 그가 촛불과 케이크를 사와서 늦은 밤 같이 촛불을 키고 100일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보다 야근이 훨씬 많으면서도 나를 위해 케이크를 챙겨온 그에 비해 나는 아무것도 준비한게 없어서 민망하고 미안했다. 일일이 기입하지 못한 소소하지만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앞으로 기록하는 하루에는 내가 그를 위해 준비한 것들이 많도록 나도 아낌없이 사랑하고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