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에서/현지생활

근황

생즙 2012. 6. 23. 19:31


1. 리마의 겨울






리마에 겨울이 오면서 다시 하늘이 회색으로 변했다. 작년에는 흐린 날씨에 자꾸만 쳐지고 우울해지더니 올해는 여름 내내 해에 너무 시달려서인지 이 흐린 날씨가 너무 좋다. 정말 좋은점은 그럼에도불구하고 페루 사람들은 날씨로 인해서 우울해하지 않는다는거. 정말 어쩌면 영국보다도 더 흐린 곳일텐데. 그 누구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니지 않는다. 스쳐가면서도 안부를 묻고 인사해주고. 



그런데, 날씨가 계속 흐리다보니 문제가 여럿있다. 하나는 빨래가 잘 안 마른다는 거... 작년에 이런 날씨에 벼룩한테 당하고 해가 없어서 벼룩을 못 죽여 정말 몇날을 고생했는지모른다. 흑흑.  그리고 또 하나는 너무 잔다는거다. 그것도 심하게.....정말...

오후 1시에 밖에 나가도 아침 7시처럼 상쾌하다. 어느때에 나가도 하늘은 회색이고 기온은 영상 18도정도니 상쾌하다 언제나.

얼마전에는 한 번도 안 깨고 13시간을 잤다. 이전에 미술단원 c군에게 무슨 잠을 그렇게 자냐며 타박을 했는데 그럴게 아니었다.





2. 지리와 지진 





요즘엔 책 "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를 읽고있다. 아직은 지반이 아주 안정되지 않은 남미에 대해서 지리학적으로 접근한 내용인데 더불어 남미의 건축물들이 형성된 원인들과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혀있다. 



리마의 집들은 지붕 없는 집들이 태반이다. 그냥 건물위로 철근이 뾰족뾰족하게 솟아있고. 나라 국민성인가보다 아니면 지붕 올리고 3층지을 돈이 없던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내 눈에는 너덜너덜해 보이는 집 모양들이 집의 완성품이라고 한다. 신기했다. 



얼마전에는 또 지진이났다. 나는 아직도 지진이 적응이 안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나 강도가 쎈 지진이었다. 1층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 홈스테이 가족들이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었는데 우르릉 소리가 나면서 땅이 흔들렸다. 창문이 깨질듯한 소리와 진동에 너무 놀라서 진짜 곧바로 3층인 내 방에서 일층 문 밖으로 단숨에 뛰쳐나갔다. 나뿐만 아니라 홈스테이 할머니와 마마도 춤을 추다 어찌나 놀랐는지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노래도 끄고 나처럼 밖으로 나와있었다. 찾아보니 리마 북쪽에서 생긴 4.7도 지진. 2007년 대지진으로 폭삭 내려앉은 친차 생각이 나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ㅠㅠ 



내가 너무 벙쪄있으니 홈스테이 할매가 괜찮다며 안아줬다. 할머니 진짜 무서웠어요 ㅠㅠ 



3. 신규단원 기관방문







저번주에는..

현재 현지훈련중인 6명의 신규단원들이 우리 기관에 방문했다.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는 처음으로 받아본 신규들이다. 

그 중 2명이 곧 모께구아와 삐우라로 파견될 컴퓨터 단원이었고, 덕분에 꼬맹이들도 너무 좋아하고 신나했다. 


신규단원은 언제봐도 상콤하다. 한국냄새가 물씬난다. 나도 그랬겠지? 내게 "일하시는 이곳이 리마가 맞나요?" 라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다. 하하. 




4.



요즘엔 한국인들은 거의 만나지 않고있다. 단원들뿐만 아니라 델레시험이 끝나면서 친구 홍군도 얼굴보기가 힘들어졌다. 홍군군 얼굴 본지도 한 달이 넘었다. 게다가 병든 닭마냥 8시만 되면 잠이 쏟아지는 덕택에 단원들에게 오는 전화도 오는 족족 못 받고있다. 오랜만에 배구단원 k와 통화를 했는데 대체 뭐하며 살고있길래 연락이 안되냐며, 리마단원맞냐며 버럭버럭 화를 낸다. 페이스북 쪽지로, 핸드폰 문자로 혹은 전화로.. "무슨 일 있는거니?", "안 좋은 일 있니?", "전화받는법을 모르니?" 등 오랜만에 보니 뭐가 많이 와있다. 본의아니게 걱정을 끼치고있구나. 지금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어? 진짜. 고마운 일이다. 정말 갑작스럽게 새벽 5시인 지금 세삼 단원들에게 고마움이 밀려온다. 잠 좀 적당히 자도록 노력해야겠다. 근데 어떻게해야 적당히자지? 




5. 



언제부턴가 누군가가 페루 욕을 하면 참 싫다. 우리 나라와는 많이 다른 페루의 여러 모습때문에 맘고생 몸고생도 참 많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페루가 별로야 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이미 페루에 대한 변론을 하고있다. 



얼마전에 독일인 마리가 페루 tv는 쓰레기같다라고 했다. 물론 나도 페루 드라마가 (보통 멕시코에서 온다.)우리나라의 모든 드라마들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질정도로 막장에 자극적이고 무섭기까지하다는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티비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 쓰레기라니. 나도 모르게 "6번이나 7번 채널을 틀면 요리경연 대회나 페루 문화소개하는 다큐멘터리도 있고, 뉴스를 볼 수도 있고 꼭 모든 프로그램들이 나쁘진 않아. 나는 tv로 배우는게 얼마나 많은데!" 라고 했더니만.. 뉴스도 완전 별로라고 변론하는 마리... 사실 안타깝게도 인정하는바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 



나는 유럽. 특히 독일에 대한 환상이 강하다. 그런데 나와서 만나본 유럽인들은 워낙 자부심이 강하다고 해야하나? 그래서인지 정말 못되게 느껴지는 이들도 참 많다. 



6. 





꽤 지난 동영상을 이제서야 봤다. 나는 김제동씨가 정말 좋다. 존경스럽고.

동영상을 보는데 재밌다기보다는 마음이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