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업시작과 성과
정말 참 바빴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바빠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나는 정말 작은 일에 충성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반배치고사를 보고 원하는 수업을 듣게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들, 당장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들 영수증 정리에 수업 준비에 이렇게 바쁘게 살면 사실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야 하는데 요즘은 너무 바빠서인지 그냥 단순한 매너리즘인지 이상하다.
이러다 곧 말겠지만 공허하다.
일단은 기초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한 수업 당 24명으로 제한하였고, 3학년 꼬맹이들을 새롭게 수업을 시작했는데 만 7살짜리 꼬맹이들이 이렇게 귀엽다는 건 처음 알았다. 작년엔 쪼끄만 꼬맹이들이 그렇게나 무서웠는데 ㅋ
수업 시작 전에는 타자연습을 먼저 시키고 있고, 어제는 학부모 수업을 했는데 마우스를 쥐는 방법부터 타자 자판 설명까지 정말 기본부터 하고 있다. 타자 자판 연습을 MecaNet이라는 프로그램(스페인어 타자 연습 프로그램)으로 한다면, 요즘 마우스 움직이는 연습은 게임 지뢰찾기로 혹은 그림판에다가 마우스로 이름 쓰기 등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정말 뿌듯했던 건 꼬맹이들도 어른들도 이제는 그저 독수리 타법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는거다.
요즘엔 틈틈이 사무실에서 빌려온 [최고의 교수]라는 책을 읽고있다.
2. 학교에 공 기증
참 감사하게도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공을 많이 샀는데 우리 학교 애기들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해서 사무실에 가서 공을 150개 정도 받아왔다. 그리고 미술단원 C군의 도움을 받아서 교실을 돌면서 애기들에게 공을 줬는데 애기들이 너무 좋아해서 좋았다. 선물은 받는 기쁨과는 다르게 주는 기쁨이 있다. 이 날은 C군이 많이 아팠는데도 불구하고 날 많이 도와줘서 내심 미안한 날이기도 했다.
3. C군네 기관 방문
C군은 센트로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한다. 이 친구가 Grau쪽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 표정이 ㅇㅁㅇ 이렇게 된다. 처음에 C군 OJT 기간에 같이 동행하느라 버스를 타고 갔는데 혹시나 사고 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좀 길이 심난했었는데 다행히도 요즘 리마에는 TREN이라는 지상철이 생겨서 안전하게 기관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학교와는 다르게 C군은 경찰학교에 다니는 꼬맹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친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기관은 애들이 씩씩했다. 그리고 역시나 이 곳에서도 동양인인 우리들을 열렬하게 환영해줬다.
페루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가끔 페루 때문에 지독히 힘들고 울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페루가 참 좋다.
4. 수첩에 적어 놓은 생각들
틈틈이 공부를 한다. 고맙게도 친구 홍군이 영어 공부를 위한 책도 제본해주고 Dele 시험도 제본을 해줬다. 홍군은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간다. 아마 한국에선 거의 못 볼꺼다. 외국에 나와있다 보니 참 씁쓸하게 느껴지는게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스쳐가는 인연인 경우가 참 많다는거다.
살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 약 4일간 공원을 못 뛰었다. 헬스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데 기분이 좋다. 살사는 요즘엔 너무 바빠서 일주일에 한 번도 겨우겨우 나가지만 내 기쁨조다. 요즘같이 마음이 자꾸 약해지는 이 때에 신체적인 리듬이 흐트러지면 마음도 흐트러지니깐 되도록이면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굴이 많이 타서 다크써클이 보이지 않는다. 이전엔 얼굴이 하얘서였는지 길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치니따[Chinita]라고 부르며 놀려댔는데 이제는 이전만큼 놀리는 사람들이 줄었다. 이제는 가을이 오고 있어서 아침과 저녁에는 약간은 햇빛이 약해졌다.
이상하다. 이상하고 이상하다. 분명 열심히 지내고 있는데 뭔가 중요한 걸 잊고있는 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