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에서/현지생활

한숨 그리고 액땜

생즙 2011. 6. 2. 10:49



살아가다 보면 늘 내가 원하는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건 안다. 단 맛과 쓴 맛이 적절히 어울어져 있는게 사람 인생이라고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사는 데에 있어서, 상황은 달라도 사람마다 주어진,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즐거움과 그리 유쾌하지 않은 피하고 싶은 일들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마음을 가다듬고 가다듬고 가다듬고 있는데도 심호흡을 해도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이번 5월달은 너무 힘든 한 달이었다.



이전에 학부시절에 알바를 하다가 사기를 당해서 가게에 손실을 준 적이 있다. 그 때 친구 깡율이 크리스피 도넛을 잔뜩 사들고 와서 사장님께 대신 사과를 드려주며, 친구가 맹해서 죄송하다며 큰 소리로 깔깔 웃었었다. 그 때, 깡율한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정말 심각해보였던 일도 그렇게 같이 한 바탕 웃고 나니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일단 진지하지 않은 일로 미뤄놓고 웃으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그때 배웠음에도, 혼자 있어서인건지 자괴감인지 아무튼 자책만 하고 앉아있다. 


짜증이 나니 좋은 말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어제까지만 이러고 얼릉 털어내고 싶었는데 결국엔 털어내지 못했다. 이럴 때는 어떡해야할까?


1. 디렉토르와의 마찰, 마찰, 마찰, 그리고 마찰.


5월달은 우리 나라에도 행사가 많은 것 처럼 이 곳에도 행사가 참 많다. 엄마의 날이 끝나고 아빠의 날 준비와 7월에 있을 춤 축제, 매주 있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모임까지.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에서 요즘 나는 디렉토르와 붙어다니는 한 선생님과, 기관장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이유는 난 요즘 이 분들이 날 달러뭉치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데 인사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몸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디렉토르가 선생님들이 있는데서 뿐만 아니라 애들이 보고 있는데서조차 내게 "컴퓨터 언제 바꿔줄래요?" 라고 물어본다. 거기에 대해선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고, 회사 돈 내 돈이 아닌 우리 나라 돈을 쓰는건데, 말씀하지 말라고 나도 거기에 대해서너 할 말이 없다고 했는데도 사람들과 같이 있기만 하면 그걸 물어본다. 게다가 선생님들이 점차 컴퓨터가 느린게 내 탓이라고, 내가 오면서 바이러스가 퍼졌다고[애들이 인터넷 하는 걸 허락하기 때문에] 그렇게 몰아 붙인다.
 

정말 화가 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다하려고 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저 내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선물을 바치러 온 그런 달러뭉치로만 보기도 한다.. 나는 이 사람들을 이해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렇게하면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나 라는 회의감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여기에 온 건 단지 그런 이유가 아닌데 말이다..



2. 문화마찰, 그리고 삭막함. 


나는 아직 이 곳의 문화에 적응을 잘 못 하겠다. 예를 들면 컴퓨터가 필요한 내 수업에 엉뚱한 선생님이 컴퓨터를 쓴다. 나와주셨으면 하고 정중히 얘기하면 "조금만요" 라고 말하고선 그냥 깜깜 무소식이다.^^ 그럼 그 날은 애들은 엉망이다. 도와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저번 주에는 이런 험악한 상황에서 글로리아가 줄자를 들고 갑자기 내 치수를 잰다고 무작정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내가 말하고 있는데 앞으로 끌고 가더니 내 허리 사이즈와 다리치수 등을 쟀다. 화를 내고 싶었는데 정말 어이도 없고, 애들도 보고 있고, 그냥 화를 꾹 눌러참고 돌아왔다. 나는 이런 걸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디서 어디까지 이해해야하는걸까?




3. 삭막함.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 또 거짓말 .


한편으론 삭막하다. 하늘이 늘 회색빛이라 그런건지 이 곳 페루는 한편으론 너무 삭막하다. 그리고 함부로 누군가를 믿어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한 것 같다. 노트북이 고장이 났다. 베터리가 이상이 있나 싶어서 충전기 연결도 해봤는데 아예 노트북이 켜지지도 않았다. 휴. 노트북이 없으면 수업 준비도 할 수 없고, 팟은 노트북으로 충전을 해왔기 때문에 팟 역시 베터리가 없어서 꺼질랑 말랑 하고 있고, 그나마 내 나름의 해방구인 카톡이 안됐다. 오전 내내. 그래서 as 센터에 갔더니만, 고칠 수가 없다고 말을 했다. 이 디자인은 있지만요. 부품이 없어서 못 고쳐요.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조금 실랑이를 하다가 컴퓨터를 새로 사러 갔다.


산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유도 없이 갑자기 영문도 모르게 죽어버린 컴퓨터때문에 너무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COMPU PLAZA라는 곳에 가서 울며 겨자먹기로 노트북을 새로 샀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내 고장난 노트북을 자꾸 팔라고 했다. 팔지도 않고 집에 와서 울상을 지으며 한탄하는 내 말을 듣고 내 노트북에 대해 사람들이 거짓말 하는 거라며 아저씨가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며 가져가셨다.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나 신뢰를 준다. 다행이다.


큰 돈이 여러번이나 나가게 되서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부르셨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노트북이 고쳐져있었다......아 그 사람들이 거짓말한거구나 나한테.....ㅠㅠ 아 울렁거린다. 노트북 고쳐서 팔려고 고칠 수 있는 내 노트북을 안 고쳐주고 새로 사도록 유도한 것만 같아서 너무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아 정말 화난다. 오전에 그렇게 돌아다니고 돌아다니고 돈도 그냥 돈도 아니고 정말 목돈이 나갔는데 진짜 뒷골이 확 땡긴다.ㅠ 엉엉.


내가 외국인이라고 물 가격도 다르다. 물론 우리 나라도 그런 시절이 있었겠지만 이 곳은 마치 시민의식이 사라진 곳 같다. 아 머리야. 상이가 오늘 컴퓨터 살 때 사기 당하지 말라고 내내 당부했는데 또 당했다. 지금 상태론 페루 사람들 얼굴 쳐다보기도 싫다.ㅠ 속상해죽겠다. 정말 너무 속상해 미치겠다.


얼마전엔 수업 시간에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내 핸드폰을 누군가 가져갔다. 교실엔 아가들밖에 없으니 누군가 가져갔고, 결국은 찾지 못했다. 교실에서 밥 못줘서 미안하다는 룻 아줌마 문자도 확인을 했는데도 말이다. 결국은 핸드폰도 새로 샀다. 한 두번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반복 되는걸까? 지금 난 어떻게 하는게 최선의 상책일까? 지금 난 너무 화가 난다. 어떡해야하나...ㅜㅜ 이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거겠지만 고갈 상태다. 난 지금 사람들이 너무 밉다. 


 


긴 글을 썼는데도 화가 가라 앉지를 않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