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결국 그만 기관에서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기관출근후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내게있어서 너무 황당하고도 아픈 사건들이 너무 많았다. 물론 신이 주신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인 "망각"이라는 능력 덕택에 금방금방 훌훌 털어내곤 했지만, 오늘은 일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정리를 하고 나오는 길에 학교를 관리하시는 룻 아줌마 얼굴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 의지와는 무관하게 목이 매였다.
문화차이는 충분히 예상을 하고 왔지만, 문제는 내 생각보다도 문화가 다른만큼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행동하는 것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르고 습관도 다르다. 게다가 공부를 하러 온 것도 여행을 목적으로 온 게 아닌, 일을 하러 온데다가 나이도 어린 편이고 나 한 사람에 따라 큰 돈이 따라 온다는 것을 상대가 알고 있다보니 거기서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겪고있다.
오늘 써내려갈 이야기는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들 중 대표적인 이야기다. 굳이 글로 남기는 이유는 일종의 하소연이기도 하고,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책꽂이에 책을 꽂는 것처럼 생각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예전에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글쓰기 수업에선 교수님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 치유와도 관련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그 말씀에 공감한다. 그러니 이 글은 그냥 하소연이다. 힘들었어요. 라고 하는 가장 주관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그리고 일종의 자기치유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다.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며 내 입장에서 이 나라를 비방하려는게 아니라 입장과 생각의 차이로 부딪혔던 문제에 대해서 기록하고 해결책을 고민해가고자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1. 페루타임.
.......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이상할정도로 페루 사람들에게는 페루 타임이라는 게 존재한다. 저저번달에 학원에서 수업을 하는데 페루 선생님께서 우리 외국인들을 상대로 "페루타임"에 관래서 아냐고 물어보셨을 정도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만 특히 선생님들을 상대로 하는 수업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분명 12시 30분부터 시작인데 선생님들이 나타나는 시간은 1시 30분이다.. 그냥 집에 가버릴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다가는 아무래도 얼굴 붉히면서 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번주 금요일에는 강하게 말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지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중간을 찾아서 이야기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곳이 페루이기 때문 뿐만이 아니라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어쨌든 상대가 생각하는 시간과 내가 생각하는 시간이 워낙 다르고, 빨리빨리 정신이 몸에 밴 나에게 이 문제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어렵다. 나도 여기에 맞춰서 이 시간에 적응하는 것이 맞는건지 아니면 시간개념 분명한 한국스타일데로 강하게 나가는 게 맞는건지, 혹은 시간은 제대로 가되 ㅈㅣ금처럼 다들 모일때가지 기다리는 게 맞는건지 아직은 대책을 찾는 단계다.
2. 페루의 미덕. 다다익선 정신.
한 번은 수업을 하고 있는데 동료 선생님들이 갑자기 문을 잠그고 교문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점심을 먹자며. 나는 수업을 하는 중이라며 정중하게 거절했고, 이미 점심도 집에서 많이 먹고 왔기 때문에 밥을 더 먹을 수 없다고 했는데도 양팔 질질 끌려서 학교 앞 가정집에 간 적이 있다. 수업 하던 도중에 교실문을 잠그고 말이다. 게다가 나를 위한 커다란 접시 위해 쥐고기와 머습밥, 그리고 커다란 감자가 날 향해 웃고 있었다.
돌아가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학생 하나가 와서 다른 선생님들이 와서 기다린다고 해서 가려는 걸, 선생님들이 "비비아나쌤은 밥먹고 있는 중이니 교실밖에서 기다리라고해." 라고 말을 하는데 너무 황당하고, 밥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다 먹으라고 강요하는 선생님들에게 너무 화가 나서 정말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고 정중히 정중히 정중히 사과하고 나온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그 선생님들은 내 수업에 들어오질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말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과, 음식을 강제로 먹으라고 권하는 사람들을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항상 안 먹겠다는 음식을 강제로 먹인다. 정중히 거절하면 되지 않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설마 정중히 거절하지 않았을까? 페루 사람들은 군것질을 좋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집에는 항상 달달한 군것질거리가 늘 준비되어 있으며, 저녁 시간은 보통 8시 30분 정도에 시작이 되고, 저녁 시간 전에는 배가 고프니 과자 등의 군것질 거리로 배를 채운다고 한다. 그래서 내게 너는 저녁 식사 전에 뭐먹니 라고 물어보길래 아무것도 안 먹는댔더니 굉장히 신기해했다. 다들 눈을 ㅇㅁㅇ 이렇게 떴다.ㅋㅋㅋㅋㅋ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페루 사람들과 단체로 레스토랑에 가는 것과, 가정집에 초대가 되는 거다. 페루 사람들은 채소를 정말 안 먹는다. 내가 겪어온 바로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날 소주에 곁들여먹는 고기라는 음식이 여기선 점심에도 저녁에도, 나라에서도 온통 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그래서 여기와서 한국에선 거들떠보지도 않던 생선튀김을 그렇게 찾아서 생선만 먹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접시에 생선이 두 덩이가 나오고 그밖에 접시를 가득채워서 뭔가가 나오는데 못 먹겠다고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데도 "다먹어" 라고 한다는것이다. 처음엔 내 입장에선 여러번 반복 되다 보니 화가 날 정도였는데, 이 곳에서는 음식이 가득 나오고 많이 먹는 걸 미덕으로 삼는 것 같다. 음식 문화의 차이로 부딪혔던 고비다.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을 많이 먹는 문화 때문에, 본의아니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찜찜하다.
3.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하는데 프란시스코 선생님이 도와주셨ㄷㅏ. 근데 수업 시간은 2시부터였는데 선생님은 역시나 2시 30분에 오셨다. 그렇게 오시고 한 5분 좀 넘게 있다가 내게 "잠시만 나갔다 다시 돌아오겠다. 돌아올꺼다." 라고 하시더니 영영 오지 않으셨다... 애들은 다시 신이났고, 사실 어린 나이엔 놀고 싶은게 당연한거다. 그래서 겨우겨우 끝내고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데 수업이 끝난지 40분 후에 애 한 명이 엄마와 찾아왔다. 왜 이제 왔냐고 물어보는 내게 길에서 놀다 수업이 끝나고 40분이 지나서 왔다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데 말문이 막혔다. 그냥 맥이 탁 풀려 있었는데, 어제 오늘 학부형 무리들이 쳐들어와 내게 따졌다.
"시간이 왜 바뀐거냐." "왜 우리 애들은 수업을 받지 못하냐." "점심먹고 오기엔 시간이 너무 이르다." "왜 우리들은 연락을 못 받았냐." 등등 정말 화가 났던건, 주변에 선생님들이 있었음에도 내게 손님이 왔다고 나가보라고 하더니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거다. 각 반 담임선생님들께서 공지하셨을거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렸고 컴퓨터 상태도 안 좋고 애들은 2배,3배로 많고 가르치는 것도 없고 언젠가는 가르쳐도 지금은 선생님들 도움이 없이는 못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사실 이렇게 학부형들이 담임 선생님에게 잘못된 정보를 받고 찾아와서 따진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뭐든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묶여져있는 한국과의 또다른 차이점이다.
4. 돈과 사람.
아는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페루엔 소매치기가 많다. 버스를 탈 때도 사람들은 창가에 안 앉는다. 앉아도 창문을 대체적으로 닫는다. 그리고 항상 강조한다. 창가옆에 앉지 말라고.
레스토랑에 가도 짐은 자기가 껴안고 먹어야 한다. 하물며 세계적인 스타벅스 페루점에 가도 테이블마다 경고문이 써있다. 물건을 꼭 가지고 있으라고. 누가 가져갈까 걱정된다고.
한 번은 테이블에 잠깐 물건을 놓고 딴 짓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없어졌다. 얼마 전에 아는 언니가 사전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누가 코 앞에서 채갔다고 한다. 버스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도둑질을 하고선 뻔뻔하게 나오는 사람들을 몇 번 본적이 있다.
속이 상하는 건 버스에서 잠을 자면 꼭 누가 깨운다는 거다. 그리고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벌써 오늘로 두 번째로 겪었다. 출근하는 지역이 사실 좀 삭막하긴 하니 비싼 물품이나 큰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긴 하지만, 첫 번째는 큰 돈을 뺏긴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은 정말 화가 났다. 그리고 내가 뭘하는건가 싶어서 속도 상했다.
문화차이. 생각차이.
오늘은 정말 하늘이 노오랬다.
이겨내야 할 문제니 결국은 이겨낼 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해야될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이 사람들이 이렇게 시간약속이나 커뮤니케이션 등의 문제때문에 심겨진거라는 것도 알 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지헤롭게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룻 아줌마랑 이야기하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디렉토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집까지 차로 태워주셨다. 그래도 사람의 감정은 정직하다고 울고 나니 괜찮아졌다. 아마 내가 여기 있는 동안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