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8 저번주는
강원도로 짧은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러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놀러간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설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씩 들고 정말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는 휴게소에 들러서 따뜻한 우동 한 그릇씩을 먹었다. 사실 우리가 함께 휴게소에서 먹방 여행을 한 것은 처음이다. 꽤 좋아진 휴게소를 구경하고 자유시간을 만끽했는데 별일 없었건만 정말 좋았다.
이후 다시 차를 달려 대관령 양떼목장에 갔다.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장소였는데 역시나 나의 로망을 아주 완벽하데 만족시켜줬다. 드넓은 벌판에 양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거나 앙증맞게 뛰어다니고 있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 힐링이 됐다. 함께 여행한 그가 선택한 루트로 목장을 둘러본 덕택에 더 편하고 깊숙하게 양들을 볼 수 있었다. 양들에게 건초도 줄 수 있는데 양의 콧바람과 턱살이 너무 귀엽고 좋았다. 다만 양들의 색깔이 시꺼매서 좀 당황했는데 털을 살짝 헤집어보니 속살은 부들부들한 흰색이었다. 양털은 만지며 흰색이 맞는걸로 우리끼리 결론을 내리는데 일하시는 분께서 왜 양털이 까맣게 보이는지 설명을 해주셔서 왠지 더 웃음이 났다.
양을 보고나니 출출해져서 간식으로 소세지바를 사먹었다. 보통은 그냥 케찹만 발라서 바로 주는데 소세지를 기름에 한 번 더 튀겨주셔서 신선했다. 역시 무슨 음식이든 기름을 먹으면 더 맛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타이밍 좋게도 구경 잘 하고 놀다 슬슬 내려가려는 참에 산이 구름이 덮였다.
펜션. 기대 이상으로 실내도 실외도 예쁘고 아기자기해서 놀랐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널찍한 바다가 바로 보이는 침대도 좋았고 테라스에 바다를 향해 있는 작은 벤치도 좋았다.
이날 점심엔 게를 먹었다. 평소에도 종종 먹긴 하지만 역시 바다 근처이기 때문인지 게살이 정말 야들야들하니 맛있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새우들도 정말 달달해서 폭풍 흡입했다.
식사를 하고 바닷가에서 파도를 봤다. 그도 나도 아무 말 안하고 한참을 가만히 바다를 구경하다 근 처 카페에 들어갔다. 우린 카페에 가서도 거의 넋을 잃고 바다 구경을 했는데 나도 그도 답답했던 것들이 쑥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이 되서 맥주 한 캔씩 들고 테라스에 나와 또 밤바다를 구경했다. 바다에 아무도 보이지 않은 덕택에 세상에 우리 둘 밖에 없는 것 같은 낯선 기분이 들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 철썩 거리는 파도 소리만 있는 곳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 함께 하루를 리뷰했다.
이튿날 아침엔 비가 예상보다 많이 와서 펜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설악산에 가는건 좀 무리라고 판단했다. 설악산을 못 가는건 아쉬웠지만 비가 오니 또 그런데로 운치가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 우린 그가 찾은 가게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한우로 부추와 깻잎을 돌돌 말아서 구워먹었는데 비오는 날씨와 꽤 잘 어울렸고 주인 분이 엄청 친절하게 서비스도 주시고 설명도 곁들여주셔서 더 기분 좋은 식사를 했다.
그가 거대한 회오리감자가 있다고 해서 함께 구경을 가던 순간 비바람이 거세져서 우리와 같은 장소를 걷던 사람들 모두 젖었는데 여행이 주는 즐거움 때문인지 굉장히 웃겼다. 모두들 비에 젖어 타워로 들어갔고 얼결에 다같이 입장료까지 결재하고 타워에 올라갔다. 날씨에 비해 전망이 꽤 괜찮았고 실내는 따뜻했다. 선선했던 실외에 있다 실내 카페에 들어오니 달달한 핫초코와 원두 냄새만으로도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휴게소 투어를 했는데 내린천휴게소가 기억에 남는다. 대형마트처럼 꾸며놨고 워낙 깨끗한 시설과 분위기 덕택에 또 한 번 한바탕의 먹방을 찍었다.
눈도 입도 즐거웠고 여행 내내 좋은 기억뿐이다. 잘 놀고 먹고 쉬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