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3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적당한 햇살과 바람, 그리고 푸른 하늘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마치 누군가의 붓 끝에서 함께 그려지고 있다는 몽상을 할 정도로.


요가를 다닌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요가는 20살 초반에 친구 가순이의 요가권을 양도받아 두어번 다니다 포기한 기억이 있어, 요가는 나와는 맞지 않는 운동이라며 그동안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운동하자고 맘 먹은김에 한 번 해보자 하고 시작한 요가가 너무 재밌고 좋아서 주말 혹은 평일 마지막 타임에 맞춰 매일 가고 있다.
요가 수련. 매일 명상을 하고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엔 그 어떤 잡념도 생기지 않는다. 진짜 오롯이 나만 있을 뿐이다. 게다가 흔들리고 실패하던 자세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 가장 기본인 어깨와 허리에 힘을 빼기 위해 계속 신경 쓰고 있고 결국 요가를 못 가는 날엔 집에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저번주에는 결국 요가 매트를 구매해서 틈틈이 집에서도 짬짬히 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로운 근황과 대비되게도 내 감정 기복으로 인해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이 피해를 많이 봤던 한 달이었다. 그의 잘못이 아닌데도 사소한 일에도 날카로워지고 짜증을 내고 급기야 집에서 나와 마음을 추스려야 할 정도였다. 고민을 거듭하다 그와 치맥을 하면서 진지하고 긴 이야기를 했다. 말도 안 되는 일로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요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예민해지는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고, 그는 고맙게도 내 긴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듣고 이해한다고 이야기해줬다. 그게 또 계기가 되어 더 관계가 단단해진 느낌.

토요일은 사촌 언니가 전주에서 결혼을 했다. 11시 예식이라 최소 10시까지는 와야한다는 마미의 신신당부에 우리는 퇴근 후 하루 전날 밤인 금요일 늦은 시간 전주 한옥호텔을 예약하고 묵었다. 다음 날 오후엔 예식이 끝나고 친정 가족들과 남편과 함께 차 한잔씩 마시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엄마가 내 남편 손을 잡고 우리 딸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워 라고 말씀하셨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고 돌아오던 길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막막했던 과거. 태어났으니 어쨌든 내가 감당하고 견뎌야 내 몫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시간들. 엄마 말씀처럼 그를 만나면서 정말 많은게 달라졌다. 버티는 삶에서 오늘을 기대하는 삶으로.
간지럽지만 나는 정말 그거 참 좋다. 그리고 그 좋은 감정은 눈빛과 표정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얼마전 HK 대리님들과 저녁을 먹는데 허대리님이 내게 남편과 카톡할 때 세상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도 예배 후 모임에서 O양네 부부가 내게 우리 부부는 유난히 사이좋고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이런 말들을 자꾸 듣는 걸 보면 그가 참 좋긴 좋나보다 흐흐

이번달엔 가순이 생일 파티겸 강남에서 모였다. 맛집들을 잘 찾고 트랜드에 민감한 그녀들 덕택에 언제나 음식점을 고르지 않아도 되서 참 고맙다. 다만 웨이팅이 조금 충격적이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을만큼 맛있었다. 회사 이야기, 남편 이야기 등으로 수다의 꽃을 피우다 집에 왔는데 자기 전 곱씹다가도 너무 웃겨서 실실 웃으며 잤다.


업무. 예외상황에 마주하여 일정이 변경되면서 당분간은 좀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저번주에는 팀장님을 대체해서 삼성역에 위치한 호텔에서 진행한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덕분에 새로운 클라우드 시스템도 접해보고 해외 트랜드도 보고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데이트. 요즘엔 퇴근 후 씻고 누워서 그와 모바일 베그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주말엔 봉구를 만나거나 같이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치거나 영화를 봤다. 커피와 과일모찌에 맛이 들린 그를 위해 집 근처 모찌집에 가곤 하는데 친화력 좋은 그 덕택에 서비스도 많이 받았다.
덕분에 HP 만빵이다. 열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이번 한 주도 잘 지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