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1 집에서 1mm
반짝 일본 여행. 작년에 받은 아시아나 상품권을 쓰겠다는 명목으로 후쿠오카로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나름 분홍색 상의와 청바지로 드레스 코드를 통일하고 새벽 4시반부터 캐리어를 끌고 부지런히 공항버스를 타러 이동해서 짐을 부치고 플랫폼 근처 던킨 도너츠에서 브런치를 먹은 후 비행기에 탑승했고, 비행시간이 한시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서둘러 기내 면세품목을 조회했고 주문부터 했다. 그리고 기내식을 먹고 주문한 물건을 받으니 일본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긴장한 나와 달리 함께했던 그는 이번에도 담대하게도 앞장서서 버스를 타고 지도를 보면서 부족한 나를 안내했다. 덕분에 호텔까지 헤매지 않고 도착했고, 짐을 맡긴 다음 가장 궁금했던 후쿠오카의 함바그를 먹으러갔다. 가게를 찾는데 살짝 헤맸고 웨이팅이 좀 있기는 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을만큼 맛있었고 만족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신이 나서 둘이서 얼마나 폴짝이며 거리를 쏘다녔는지 ㅎㅎ
식사 후에는 곧바로 근처에 있는 GU 매장이 갔는데 세일 기간이 아니라서 구경은 금방 끝났다. 대신 아래 층에 플스 매장이 있어서 우리 둘다 눈이 돌아가서 한참을 나오지 못했다. 한국과 플스 가격을 비교해보니 다행히도(?)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사지 않아도 된다고 그를 설득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우리가 간 곳은 모모치 해변과 후쿠오카 타워였다. 에피소드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그가 버스 터미널에서 인포메이션 직원에게 후쿠오카 타워에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냐고 버벅이며 물어보자 직원 분이 한국말로 대답해주셨다. ㅋㅋㅋ농락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직원 분도 우리가 너무 열심히 물어봐서 끊을 수 없었다고 ㅎㅎ 덕분에 갈증이 나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샀는데 쓰레기통이 없어 편의점 앞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정말 열이면 열 모두 쓰레기를 자기 가방에다가 넣었다. 세삼 일본 사람들에게 감탄했다는.
어쨌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날씨도 좋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특히 좋았다. 게다가 해변이 얼마나 예쁘던지. 바다를 보고 앉아서 긴긴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굉장히 멀리 떠나온 기분이었다.
근처에서는 마침 일본 커플이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7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풍선을 들고 숫자를
세고 풍선을 날렸는데 정말 유쾌하고 아름다웠다. 누군가의 인생 2막을 함께하다니. 좋고 행복한 기운을 나눠 받는 기분이라 더 즐거웠다.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와서 그 유명하다는 이치란 라멘을 먹고 배를 채운 다음 호텔 체크인을 했고, 눈치없이 감기는 눈을 치켜뜨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짜낸 기운으로 돈키호테에 갔는데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신기하고 웃겼다. 함께 간 남편도 눈이 휘둥그레졌고 우리 역시 그 사이에 껴서 엄청 구경하면서 다니다 과자만 엄청 사서 돌아왔다.
이튿날. 한끼라도 더 먹겠다는 일념으로 조식을 먹지 않고 체크아웃을 하고 캐널시티 근처 우동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면발이 어찌나 쫄깃쫄깃했는지 그와 엄청 감격에 복받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또다시 후다닥 캐널시티에 가서 구경을 하고 일본에 온 김에 그와 내 옷도 좀 샀다 ㅎㅎ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가려고 했던 카페와 가게들을 다 가지 못한채 공항으로 가야했다. 아쉬웠지만 무리하면 분명 우리 체력상 회사 생활에 지장이 생길테니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아쉬운데로 공항에서 타코야끼와 핫도그를 먹었는데 다음엔 꼭 정식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막판에 공항의 팥빵을 먹었는데 정말정말 아쉬워서 슬프기까지 했다는 ㅜㅜ 아쉽고 정말 재밌었던 이번 여행. 후쿠오카는 가깝고 비행기 값도 싸게 나올때가 많으니 다음에 또 기회되면 여러 번 오자는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고 돌아온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