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즙 2019. 3. 31. 09:26

 



이직한 회사로 출근한지도 어느덧 3개월차. 조금씩 잘 적응해가고 있다.




회사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2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성경 큐티를 하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덕분에 매일 감사한 마음을 기억하며 출근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서 일한다는것은 예상했던것보다 분명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것들로 나를 채우기 위해서는 내 안에 고여있는 것들을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출근 때마다 물을 1L씩 사는 습관이 생겼다. 매일 사먹다보니 이제는 물을 사고나면 으쌰으쌰하는 기분이 든다. 2월은 맡겨진 일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직접 찾아서 하고자 했던 달이었다. 회사의 메뉴얼들을 살펴보고 부족한 내용들은 별도로 문서화하여 공유하고, 묵혀뒀던 개발 건들을 처리하는 일들을 했는데 막상 적고 나니 소소한 일 같지만 업무 기본기를 잘 닦았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R&R을 받아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외 업무적으로는 명함을 쓸 일이 거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세 달 동안은 다른 업체들과 미팅 하는 일이 꽤 있었던 덕택에 명함 교환을 할 일이 많았다. 업무 용어들에도 꽤 익숙해졌다. 최근에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는데, 전에는 개발만 잘 하면 됐다면 이제는 정신차리고 똑바로 챙겨야 할 것들 잘 체크하면서 개발도 잘 해야하 한다.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배우고 일하고 있다.




업무 외에도 3월은 특히 회사 행사와 강연 등이 많았다. 저번주에는 코드게이트에 참석해야해서 팀원들과 코엑스에 다녀왔다. 직접 행사를 본 것도 참석한것도 처음이었는데 여러 회사들의 부스도 많고,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높으신 분들이 많이 참석하셨고 대회를 위해 참석한 학생들도 많았다.



2주 전에는 대강당에 모여 강사로 초청된 박웅현 크리에이터 님의 강의를 들었다. 창의성과 업무를 잘 연결하여 설명해주셨는데 유명한 광고 크리에이터인데다 이 분의 여덟단어 라는 책을 여러 번 정독했을정도로 좋아했었기 때문에 강의 전부터 엄청 설레었다. 다양한 광고 영상을 보여주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만들어진 결과물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SQLD 시험을 보고 욌다. 단기적인 목표는 꽤 오랫동안 벼뤄왔던 시험이므로 학생 신분이 현업으로써 스스로를 시험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험이 생각보다 매우 어려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재시험을 봐야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와 고흐의 미술전에 다녀왔다. 작년에 르누아루 미술 전시회를 계기로 미술관에 가는 재미에 젖어드는 기분이다. 생활이 어두웠어도 밝은 그림을 그렸던 르누아르와는 다르게 고흐의 그림은 어둡고 우울한데 아름답고 고요하다. 색체가 강렬한데도 고요하게 느껴지다니 그러면서도 그의 섬세한 감정이 느껴져서 살짝 슬펐다. 게다가 그의 작품들이 그가 죽고 나서야 가치가 인정되었다는 점도. 고흐에 대해선 미술 시간에 익히 들어왔는데도 미술관을 나오는데 뭔가 마음이 먹먹해져 돌아오는 길엔 그와 뭔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와 주말마다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결혼코칭이라는 책을 갖고 리뷰를 하기로 했는데 모두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사람들이고 부부가 함께 참석해서 함께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다보니 모임이 끝나고 나면 그와 내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을 느낀다. 저번주가 세 번째 모임이었는데 매번 그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들도 많고 우리 관계에 있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어서 좋다.



얼마 전 주말엔 친구 가순이의 집들이가 있어 부부동반 모임을 다녀왔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여섯 명이서 부루마블을 하고 돌아왔다. 친구가 우리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자리 잡은 덕택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혼인신고를 했다. 차가 막힐까봐 아침 일찍 일어나 그와 함께 구청에 가서 신고서를 작성했고 신고서를 제출하고 나와 그와 차에 탔는데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라는 노래가 나왔다. 두려움은 두려움대로 끌어안고 서로 소중한 연인이 되어주자는 예쁜 노래 때문인지 사귀고 만나온 6년의 시간동안 우리 참 많은 것들이 안정됐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음이 무척 뭉클하기도 하고 이상했다. 앞으로도 예쁘게 사랑하고 잘 살아야지.



어쩌다보니 그와 브런치를 먹는 재미가 들려 주말 오전마다 거하게 먹게 됐다. 집 근처에 카페가 많아서 카페거리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이번엔 우리가 가게의 첫 손님이었다는ㅎ



집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의 데이트도 일주일에 못해도 두 세번은 하는 것 같다. 퇴근 후에도 늦게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그와 대부분 밤에 와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가는게 대부분이었는데 어제는 모처럼 낮에 다녀왔다. 카페
데이트는 별일 아닌데 굉장히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결혼의 좋은점 중 하나는 식사 시간이 정말 즐겁다는 것이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그와 집 앞 비어 집에서 맥주 한 잔씩하며 사람들과 응원할 수 있고, 외식이 자유롭다는 점. 일요일마다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와 빵을 먹으며 늘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달달한게 먹고 싶은 날 밤새 이야기 하고 싶을때마다 그가 함께 해줘서 행복하다. 집에서 그와 함께 요리하고 밥을 먹고 치우고 하는 이 모든 순간이 참 감사하고 평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