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1
휴일인 금요일에는 부산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올까 했으나 이번이 아니면 당분간은 여행은 커녕 근교 나들이조차도 나가기 힘들듯했다. 그리고 6년 전 같은 날 그와 함께 했던 첫 여행지가 부산이었기에 모처럼의 부산 여행이 꽤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기차표는 모두 매진이라 퇴근 후 야간 버스를 탔는데, 버스 타기 전 터미널에 있는 안마의자에서 안마를 받았더니 노곤노곤해진 덕택에 버스에서 한 번을 깨지않고 갔다. 게다가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 하기 전에 시내에서 중간 하차를 해줘서 숙소에서 훨씬 가까운 곳에서 내릴 수 있었다.
푹쉬고 우리는 호텔 근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부산 근대 역사 문화관에 갔다. 첫 일정으로 역사 박물관으로 정한 이유는 우리가 여행하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자세하게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6.25 사변 후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렴풋이만 아는 역사를 직접 알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근대 역사 박물관은 참 잘 다녀왔다 싶다. 대략 백년 전 오늘, 만세운동을 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워주셨던 선조들께 세삼 감사함을 느꼈고 이후 각 지역에 얽힌 역사들을 알고 여행을 하니 모든 것이 더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방문한 감천문화마을. 진짜 아무 기대 없이 다녀왔는데 정말 정말 좋았다.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산비탈에 모여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그래서 차들도 사람들도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볼 수 있다. 슬픈 역사가 있는 곳인데 역설적으로 예쁜 동네였다. 관광객들도 많아서 교복이나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스탬프 지도를 구입해서 지도를 보면서 다녔는데 그 덕택에 윗마을과 아랫마을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저녁엔 깡통야시장을 갔다. 하루종일 많이 걸어다녀서 피곤하시도 하고 야시장은 처음이라 약간 긴장이 되서 잠깐 카페에서 쉬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야시장으로 입성. 깡통시장은 한국전쟁 후 미군 부대가 주둔하던 때 통조림을 내다 팔곤 했다는데 그래서 깡통(통조림)시장 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런데 야시장에 군것질을 하러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야무지게 먹었다. 철판 아이스크림이 기대 이하긴 했지만 실패한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더베이의 야경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상 여력이 안되서 6년 전처럼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카페들도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 덕택에 새벽 1시까지 야경을 보면서 케이크와 차를 마셨다.
부산에 와서 진짜 전투적으로 많이 그리고 잘 먹었다. 특히 대게를 야무지게 잘 먹는 법을 배워 온게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그리웠던 조개구이도 바다를 바라보며 진짜 원없이 먹어 여한이 없었다. 다음 날에도 우리는 남포동에 가서 신나게 쏘다니며 엄청 먹었다. (사진으로 찍기도 전에 다 먹어버린 음식들도 많다.) 씨앗 호떡을 처음 먹어봤는데 얼마나 맛있었는지 결국 한 번 더 줄서서 사먹었을 정도였다 ㅎ
우리 둘다 워낙 카카오 이모티콘 덕후들이라 평소에도 카카오 프렌즈 샵 구경은 꼭 하곤 하는데 남포동에도 카카오프렌즈가 있길래 망설임없이 덥석 들어갔다. 서울이랑은 캐릭터들도 그렇고 인테리어도 그렇고 꽤 차이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빡쎄게 놀고 집에 올라오는 길. 정말 아쉬웠다. 친절하고 거침없던 부산 아지매들과 기사님들. 맛있는 온갖가지 음식들을 떠올리면서 오는데 아직도 못 먹은 음식들에 대한 미련과 해운대와 경포대를 못 다녀온데에 대한 아쉬움이 엉킨채로 돌아온 우리는 집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 한 개씩 나눠먹고 다시 짐을 챙겨 찜질방에서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집에 돌아왔다 ㅎ
진짜 빡쎄게 놀고 맛있는것도 많이 먹었으니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번 일주일도 그리고 한 달도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