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5 여름휴가로
처음으로 통영과 거제도에 다녀왔다. 발령이 나고 당분간은 이런 휴가는 갖기 힘들테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재밌게 놀고 많이 보고 쉬고 오자는 목표로 여행 첫날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터미널에 가서 된장국을 먹은 다음 버스를 탔는데 도착까지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쏘카를 찾았고, 루지를 타러 갔다. 사람들이 많다는 후기가 많아 일단 미리 예약한 덕택에 매표소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곧 표가 마감이 되는 바람에 꽤 뿌듯했다. 성수기라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간간히 외국 손님들도 보였다. 루지를 타는 방법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썰매를 타고내려오는건데 아주 새파랗고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내려오니 정말 신났다. 두 번은 남편과 속도를 맞추면서 내려왔고 마지막엔 각자 자기 속도로 슉슉 탔다.
루지가 끝나고 숙소 체크인을 한 다음 목적지인 이순신공원에 가서 바다를 따라 천천히 산책했다. 전망대에 가지 않아도 파란 바다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고, 파도 소리 덕택에 귀가 즐거웠고 군데군데 나무들이 함께 어울어져있어 눈이 즐거웠다. 먼 여행이니 일몰투어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일정 때문에 투어까지는 못하고 뉘엿뉘엿 해가 질 때 즈음 전국 5대 맛집이라는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첫날 일정을 마쳤다.
푹 자고 일어나 호텔조식을 먹고 거제로 이동 후 외도에 갔다. 외도에 가기 전 유람선을 타고 해금강에 갔는데 바다도 섬도 아름다웠다. 다만 안타깝게도 물살이 너무 쎄서 동굴까진 가지 못하고 외도로 이동해야 했다. 외도는 스페인에서 봤던 알함브라 궁전 같았다. 정말 너무나도 아름답고 이국적인 섬이다. 뜨거운 날씨 때문에 야자수가 많이 보였는데 신기한 마음에 야자수 숲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날 보며 남편은 내가 이 정도로 야자수를 좋아하는진 몰랐다며 놀렸다.
투어가 끝나고 점심으로 갈치조림을 먹고 좀 쉬다가 꼭 가고 싶었던 바람의 언덕에 갔다. 바람의 언덕이라니 이름 참 잘 지었구나 싶었다. 언덕에 오르니 바람이 엄청 불어 뜨거움이 좀 식었고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눈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해수욕장도 가고 싶었으나 더운 날씨에 지쳐서 다음을 기약하고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ㅋㅋ
숙소에 돌아와 푹 쉬고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과 펜션 근처를 산책했다. 고요한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었다. 이후 짐을 정리하고 터미널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표를 끊어 예정보다 좀 빨리 올라왔다. 아쉬웠지만 날이 너무 뜨거워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고, 대신 돌아와서 휴가의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고 일단 여행으로 떨어진 체력 보충을 위해 삼계탕을 먹었다. 삼계탕을 먹고 난 다음엔 방탈출 카페에 갔는데 유명한 야구 선수의 실력이 갑자기 떨어진 이유를 밝히는 19금 테마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탈출은 실패했는데 한 시간 동안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방탈출을 하고 나오니 바깥이 깜깜해졌고, 우리는 야경을 보러 열기구를 타러 갔다. 하늘로 올라가니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금은 무서운 마음이 들었으나 위에서 바라본 동네는 또 아름다웠다. 행복이란 정말 가까운곳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눈에 담아갔다.
아쉬웠던 점은 여행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으나 계속 회사 생각을 하고 있었고, 간간히 오는 연락에 휴가 중 업무를 해야 했다는 점이다. 마음 한 켠에 있는 불안은 휴가 기간 내내 꿈에 반영되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결혼 후 남편과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라는 점에서 의미 있었고, 세삼스럽지만 남편의 배려를 많이 느꼈던 여행이었다. 더운 날씨를 잘 못 참으면서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들 싫은 내색 없이 데려가주고 여러 인생샷을 찍어준 그에게 감사하다 ㅋㅋㅋ 그리고, 여행 중 특히 많은 사람들과의 짧은 인연이 많았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유난히 서로 사진을 찍어주자는 사람들도 많고 식사를 하면서 친해진 사람들도 있었는데 중년 부부 둘이서 손 꼭 잡고 걸어가던 모습에 마음이 무척 흐뭇했고 좋아 보이더라. 우리도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 아끼고 손 꼭 잡고 걷는 중년의 모습으로 자랐으면 한다. 좋고 시원한 기억들로 충전했으니 남은 2018년도 열정적으로 후회 없이 잘 달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