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1
저번 주 일요일 아침엔 남편의 학회가 있어 일찍 일어나 그와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가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 나는 근처 스타벅스에 있었는데 카페에 학생들이 많아서였는지 나도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카페에서 보이는 바깥 뷰가 무척 낯설어서 꼭 여행 온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일찍 일어난 덕택에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진 것도 내겐 큰 선물이었다.
즐겨보는 웹툰에서 작가가 하루가 행복했다 느낄 때 노란색으로 달력을 칠하는 걸 보고, 나도 실천해보기로 했다. 달력이 노란 색으로 하루하루가 채워지는걸 보면 기분이 쏠쏠하다. 다만 그걸 본 남편이 왠지 나를 웃겨줘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뜬금없이 춤을 추거나 막 던지는 개그에 내가 웃기만해도 “행복하네?”라며 달력을 들이내민다.
I got it. 시험보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목표로 했던 IM2를 받았다.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며 좋아했는데 얼마 전에 영어 스피킹 공부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사건이 하나 생겼다.
고객사P는 외국계 회사로 본사 직원은 미국인이고 주된 사용자는 전세계 사용자들인데 전화로 컨퍼런스 콜을 해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동안은 영어 스피킹은 자신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으나 어제는 무조건 참여해야해서 들어갔는데 인사를 제외하곤 거의 꿀먹은 벙어리였다. 앞으로도 컨퍼런스 콜이든 뭐든 영어로 대화해야 할 일이 있을텐데 당황하지 않도록 당장 준비해야겠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2월엔 구정이 있었다. 결혼 후 두 번째 명절을 보냈다. 시댁 식구들은 남편의 당숙집에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했다. 시부모님께선 당숙 댁에서 모이니 구정 당일에 오라고 하셨는데 막상 당일에 가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 누구도 눈치를 준 것도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이리 찜찜한걸 보면 도와 드리는게 맞는거겠지. 다음부턴 하루 일찍 가서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타민B,C,E를 챙겨먹으면서 그렇게 사랑했던 커피를 거의 끊어냈다. 비타민을 챙겨 먹는 건 분명 사소한 일인데 의외로 내게 꽤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소하게 나를 챙긴다. 그동안 예쁜 컵, 손목통증에 좋은 마우스, 예쁜 옷과 화장품들을 구입했고 오늘은 문득 회사에서 내 책상을 보는데 기분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반찬이라곤 대개 참치와 스팸 혹은 마트에서 파는 것들이었는데 요즘엔 내가 손수 요리하고 있다. 내가 했는데 너무 맛있다. 정성을 들여 준비하니 점점 건강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