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에 먹히고 있다. 사는데로 생각하는 삶을 살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타성에 젖어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요즘이다. 매일 6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하다 퇴근하면 몰려오는 피곤함에 쓰러지듯 마치던 하루가 대체 며칠이던가.. 세삼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10월을 지나 현재까지도 일의 양도 마음의 부담이 부쩍 늘었다. 담당하고 있는 모든 고객사들이 각자 이슈가 있고 이를 처리하고 견적서를 발송하고 매일 쉬지 않고 회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후임에게 기존 담당하던 고객사와 업무를 인수인계를 했는데, 인수인계한 고객사들로부터 연락이 올 때마다 혹시나 나때문인가 싶어서 몇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는다. '충분한 테스트를 하고 반영하시면서 왜 스스로를 그렇게 불신하세요?' 라는 후임의 직언을 들었는데 너무 맞는 말이라며 조금은 마음을 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도메인 변경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이슈가 너무 많아 이걸 파악하는데만 시간이 오래 걸려 이번 한주는 대부분 11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하나를 결정하기 위해서 수십번의 회의를 거치고 검토를 받고 협의를 해야한다. 혹여나 실수가 있을까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과 고객사와 영업팀, 그리고 상사 분들과 나의 입장이 각각 달라 이를 조율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를 위해 매일 문서를 작성하고, 숫자를 들여다보고 데이터를 공유하고 회의를 하고 개발을 하고 있고 이 여파로 인해 결국 다른 일들에도 영향을 주게 되므로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무리한 덕택이다. 요즘은 정말 야근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몇 주째 주말 특근까지.. 계속 되고 있다.. 언젠간 나아질까? ㅠㅠ 끝나지 않는다.
요즘 정말 일이 너무 많다며 힘들다고 승질 뻑뻑 내며 앉아있는 내 모습이 웃프다며 후임이 사진을 찍어줬다. 이상하게도 정말 밥 먹기로 맘 먹는 날이 아니라면 회사에서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다. 퇴근 전엔 뭘 먹을 수가 없다. 이렇게 일하고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면 밥 못 먹어서 어쩌냐며 저녁을 차려주고 나는 그런 남편을 보면 좀 슬프다. 요즘 일에 흥미도 부쩍 떨어졌고, 스스로 나 하는 일에 대해 신뢰하지를 못하고 자꾸 의심하는게 너무 바보같고 피곤하다. 게다가 회식도 면담도 너무 많아 마음이 부담스럽다.
허나 어려워하고 슬퍼해봤자 뭐하랴. 나를 갉아먹을 뿐 행동 없는 울적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먼저 나는 내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내 인생은 아무도 책임 져주지 않는다. 정신 바짝 차리고 탁탁 털고 일어나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