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근황
1.
며칠전 에두에게 쪽지가 왔다. 내용은 곧 싼도르의 생일이니 모여서 깜짝파티를 해주자. 작년 9월은 내가 프로젝트 진행중이기도 했고 싼도르는 학교생활에 치여서 생일때 구두로만 생일축하해 하고 말았는데, 나보다 센스가 백만배 넘쳐흐르는 에두 덕택에 하비에르와 나, 그리고 깡양 넷이서 파티를 진행하기로 일단 약속!
이제 만 25살이 된 싼도르. 다같이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싼도르 몰래 케이크 사니라고 하비에르랑 둘이서 잠깐 빠져나왔다가 싼도르가 삐지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다같이 케이크를 들고 생일축하송을 불렀다. 리마 시민들의 축하를 한몸에 가득 안고, 센트로에서 이들 삼총사가 자주 가는 바에 가서 케이크와 와인을 마셨다.
마지막 사진은 술집 내부 풍경인데- 또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시끌시끌한데 저 앞에서 웬 할아버지가 끊임없이 피아노를 치고 계신다. 할아버지께 팁으로 1솔을 드리고 Let it be를 연주해달라고 부탁했다. 노래를 다 듣고 각자 돌아가면서 서로에게 축복(?) 비슷한 걸 했다. 나는 싼도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오늘 이렇게 다같이 있어서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했고 싼도르는 내게 Mejor Amiga(절친)이라고 칭해줬다.
5.
낮에 보면 온통 새하얀색인 San Martín 광장. 구걸하는 사람들도 많고, 밤에는 쎈트로 걸어다니면 안된다고 배웠는데...싶어서 나 좀 무서운데 빨리 돌아가면 안되겠냐고 징징 거리는 내게. 에두와 싼도르와 하비에르는 지극히 안전한곳이니 안심하고 걸으라고 했다...-_- 그러면서 또 오른손으로 자기 가슴을 툭툭 치며 말한다. "우리들은 강한 남자들이야."
여담이지만 깡 언니가 오고 나서 리마생활이 더 재밌어졌다. 다만 아쉬운 건. 모두가 내가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데에 대한 아쉬움을 자꾸만 곱씹는다는거다. 소중한 시간인만큼 즐겁고 즐겁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돌아가야지. 요즘들어서 특히나 언어라는게 문화를 이해하고 대화를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도구인지 곱씹어보곤한다.
6.
델레시험준비를 시작했다. 오전엔 근처 카페에 가서 밀린 숙제에 이전 기출문제를 쭉 다시 풀어봤다. 한 번 떨어진만큼 사실 쳐다보기도 싫은데 문법 파트에서 과락이 났다는 건 어쨌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의미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그저 열심히 해야지. 고맙게도 싼도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도와주겠다고 한다. 아무리 친구라해도 공짜로 엄청 바쁜 친구를 뺏을 수는 없다고 했더니만- 중요한건 아직 많이 부족한 내 스페인어 실력을 채우는게 우선이라며 가르침에 있어 자기는 참 기쁘기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참 고마운 싼도르. 결국은 그럼 도와주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내가 밥이든 차든 하나는 대접하겠다고했다.
7.
집에서 룻 아줌마와 집주인 할머니 세뇨라 리다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종교 이야기가 나왔다. 페루는 카톨릭 국가인데 신기하게도 룻 아줌마는 교회를 다니신다. 아줌마한테 나는 내가 기쁘고 즐겁게 열심히 잘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아줌마는 내게 참 옳은 교육을 받으며 잘 자랐다고 말씀해주셨다. 아줌마는 신께서 내 상황을 통해서 혹은 사람을 통해서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귀기울이고 생각하며 살라고 하셨다.
꽤나 길었던 겨울이 끝나간다. 이제 해가 뜨는 빈도수가 점점 늘겠지.
정말이지 나는 '봄'이라는 계절이 참 좋다. 오늘만큼만이라도 내일도 해가 떴으면 좋겠다.